세계일보 21일자 [조용호의 꽃에게 길을 묻다]공주 영평사 구절초 > 언론에 비친 영평사

  • 회원가입
  • 로그인
구절초가 아름다운 도량장군산 영평사

참여마당

언론에 비친 영평사

언론에 비친 영평사

세계일보 21일자 [조용호의 꽃에게 길을 묻다]공주 영평사 구절초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9-19 15:56 조회483회 댓글0건

본문

[조용호의 꽃에게 길을 묻다]공주 영평사 구절초

하이얀 꽃천지 위로 달이 뜨고 별이 뜬다 

영화웰컴 투 동막골에서 조금 모자란 여인으로 등장해 강원도 사투리를 능란하게 구사하며 순정한 이미지를 잘 살려냈던 배우 강혜정이 머리에 꽂았던 꽃 이름은? 임하룡이 그녀가 제정신이 아닌 여자라며자래 머리에 꽃 꽂았습네다라고 했던 그 꽃 말이다. 에두르지 않고 빨리 말하자면 이 질문의 정답은구절초이다. 가을이 시작되면 우리 산야에 무수히 피어나는 대표적인 가을꽃이다. 서리가 내리고 찬바람이 불면서 가을이 저물면 구절초도 함께 진다. 머리에 꽃을 꽂으면 왜 모자란 사람이 되는지는 모르겠으되, 강혜정이 꽂은 구절초는 순박하고 청초한 이미지를 위해서는 제대로 선택한 꽃이었다. 눈물의 시인 박용래(1925∼1980)도 구절초를머리핀 대신 꽂아도 좋을 사랑이라고 노래했다.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구절초 매디매디 나부끼는 사랑아/ 내 고장 부소산 기슭에 지천으로 피는 사랑아/ 뿌리를 대려서 약으로도 먹던 기억/ 여학생이 부르면 마아가렛/ 여름 모자 차양이 숨었는 꽃/ 단추 구멍에 달아도 머리핀 대신 꽂아도 좋을 사랑아/ 여우가 우는 秋分 도깨비불이 스러진 자리에 피는 사랑아/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매디매디 눈물 비친 사랑아

(박용래, ‘구절초전문)

안도현 시인은 이 시를 열일곱 살 때 처음 읽었지만 정작 구절초라는 꽃을 모르고 막연히 가을이면 피는 꽃이겠지, 뭔가 청순하고도 서러운 느낌을 간직한 꽃이겠지 어림짐작만 했다고 했다. 구절초는 모르고 시구절초만 좋아했다는 것이다. 그가 구절초를 보게 된 것은 그 후 이십여 년이 지난 뒤였는데, 꽃이 귀해서가 아니라 무관심했기 때문에 꽃이 그에게 오지 않았을 뿐이라는 자각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어느 초가을 날, 산비탈에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구절초를 만났던 날, 그는 참회의 시 한 편을 썼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絶交다!”

(안도현, ‘무식한 놈전문)

공주 영평사에 가서 메밀꽃처럼 한데 모여 하얗게 피어난 구절초를 만났다. 영평사 주변은 물론이고 장군산 기슭 1만여 평을 수놓은 그 구절초들은 자생적으로 피어난 꽃이 아니라 주지 환성 스님이 구절초의 청아한 순수에 반해 사찰 주변에 10여년 전부터 가꾸었다. 구절초는 불가에선 어머니의 사랑이 깃든 식물이라고 하여 선모초(仙母草)라고도 부른다.

‘약용식물사전’의 기록을 보면, 구절초는 여인의 손발이 차거나 산후 냉기가 있을 때에 달여 마시는 상비약으로 써 왔다. 꽃을 말려서 술에 적당히 넣고 약 1개월이 지난 후에 마시면 은은한 국향과 더불어 강장제와 식욕촉진제가 되고, 이때 술은 배갈이 좋다고 전한다. 구절초는 음력 9 9일에 채취하는 게 가장 좋다는 속설이 있다. ‘구절초(九節草)’라는 이름이 이 사실에서 유래했고, ‘구일초(九日草)’라고 부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쑥부쟁이, 개미취와 함께 들국화로도 불린다.

‘소박하다’는 형용사는 국어사전에꾸밈이나 거짓이 없이 있는 그대로이다로 풀이돼 있다. 한자로는 흴 소()에 후박나무 박()자를 쓴다. 그러니 소박하다는 표현은 장식을 두르지 않은,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의 아름다움을 일컬을 때 가장 적절하게 쓰일 법하다. 꽃의 소임이라면 벌 나비를 끌어들여 열매를 맺는 것일 터인데, 가을의 구절초가 소박한 이유는 무엇일까. 봄꽃들은 너나없이 피어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꽃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화장도 하고 다양한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을 터이다. 여름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진한 향기나 화려한 빛깔들로 치장해 생명의 씨앗을 잉태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벌이는 것이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서 많은 경쟁자들은 사라진다. 그리하여 소박해도 충분하다.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도종환, ‘사랑하는 당신은부분)

왜 사람들은 화려한 아름다움에 대해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낄까. 불안 때문일 것이다. 화려하게 아름다운 것을 쟁취하려면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쳐야 한다. 구절초에 애틋하게 마음을 주는 것은, 많고 흔한 그 꽃에 정을 주는 까닭은, 쓸쓸하게 낮은 곳에 무리 지어 피어있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다른 어느 꽃보다 청결하고 명징하며 순정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나만 아는(알기를 바라는) 당신의 아름다움, 깊이 유폐된 독점적인 사랑의 욕망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의 순하고 깊은 정에 그리 끌리는 것일 게다. 사랑이라는 명분의 껍질 안에는 독점의 욕망이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다. 원시시대 이래 동굴에 여자를 가두고 나온 사냥꾼의 유전자가 그 사랑이라는 이름의 혈액에 맥맥히 흐른다.

“늦가을 시린 달빛을 밟으며 마을을 벗어난 하얀 길을 따라가다 보면/ 느티나무에다 등을 기대고 달을 보며 환한 이마로 나를 기다리던/ 그 여자/ 내가 그냥 좋아했던 이웃 마을 그 여자/ 들 패랭이 같고/ 느티나무 아래 일찍 핀 구절초꽃 같던 그 여자

(김용택, ‘애인부분)

구절초는 가까이 들여다보면 환하게 깔깔거리는 초등학생 얼굴 같다. 진노랑 암술을 둘러싸고 이십여 개의 꽃잎이 활짝 웃는다. 작은 해바라기 같기도 하다. 초등학생이 여고생이 되고 다시 여물어 장성한 처자가 되어 어느모자란여인의 머리칼에 머리핀처럼 꽂혔을 때, 혹은 어느 깊은 절 주지스님의 눈에 띄어 사방에 무리 지어 피어날 때, 구절초는 더 이상 숨어 있는 소박한 존재가 아니라 장미나 백합보다 더 화려한 꽃이다.

“밤새 하얗게 하얗게 서리 내려 내 가슴 뒤척이다가 시들어 은행잎 수북히 쌓인 길 쭉정이 몸 웅크리고 상처 위에 상처 덧쌓일까 발 비켜 딛으며 공사장 가는 새벽 안개 속 피어오르는 그리운 얼굴 있어 눈물 피잉 돌아 쳐다본 언덕// 가슴 속에서 걸어 나가/ 저기/ 하얗게 핀/ 그리움

(김해화, ‘山구절초전문)

영평사 뒤쪽 장군산 기슭에 하얗게 피어 있는 구절초는 장관이다. 꽃밭 천지로 좁은 길이 나 있다. 그 길로구절초 축제와 산사음악회를 구경하러 온 연인들이 오간다. 김해화 시인은 구절초에서 과거형의하얀 그리움을 읽었지만, 이들은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꽃밭에서 그리워할 미래의 추억거리를 열심히 만드는 중이다. 가을 해는 짧아서 금세 장군산 구절초 밭에도 어둠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구절초 천지 위로 달이 뜨고 별이 뜰 것이다. 유안진 시인은 구절초에서 비구니의 이미지를 보았다. 그리움과 한을 꼭꼭 가슴 밑바닥에 눌러 숨기고, 사바세계의 헛된 번뇌를 모두 끊어 생의 궁극을 찾기 위해 산야를 만행하는 여승의 이미지를 보았다. 하늘에 뜬 별이 성자의 미소를 띠고 그 비구니들을 다사롭게 굽어본다.

“들꽃처럼 나는/ 욕심 없이 살지만// 그리움이 많아서/ 한이 깊은 여자// 서리 걷힌 아침나절/ 풀밭에 서면// 가사장삼(袈娑長衫) 입은/ 비구니의 행렬// 그 틈에 끼여든/ 나는/ 구절초// 다사로운 오늘 별은/ 성자(聖者)의 미소

(유안진, ‘구절초전문)

jhoy@segye.com

2005.10.2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세종시 장군면 영평사길 124(산학리 441번지)대표자. 이성구사업자등록번호. 307-82-61113
TEL. 044)857-1854/010-9440-1854FAX. 044)854-1855E-mail. yp-sa@hanmail.net
Copyright ⓒ 2017 YOUNGPYUNGS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