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장사(주지스님 영평법보 10월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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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영평사 작성일17-10-24 13:38 조회5,300회 댓글0건본문
유난히 따사로운 가을 햇살, 맑고 서늘한 공기, 드높은 푸른 하늘...
사계절이 다 그렇지만 가을은 자연이 주는 큰 축복입니다.
온갖 식물들이 나름 노력한대로 결실을 한껏 뽐내고 만물을 말려 죽이려드는 가뭄과 삶아버릴 것 같은 폭염을 농작물과 함께 견뎌낸 농부들이 온갖 시름 다 잊고 수확의 부푼 꿈을 만끽하는 계절입니다.
또한 수행자는 자신의 일 년 수행농사는 어떠한가를 짚어보게 하거니와 세속의 사람들도 진솔하게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등 자연스레 수행자가 되도록 합니다.
곱게 물든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이 가을을 대면하면 아무리 감정이 굼뜬 사람이라도 마음이 금방 쇄락해지고 경건한 마음을 낼 터이니 어찌 보면 가을의 산과 들은 교회, 성당, 절보다도 더한 기도도량이고 수행도량이라 생각되어집니다.
올 해는 가을이 좀 일찍 찾아와서 구절초 꽃이 예상보다 일주일 이상 앞당겨 피었고 추석명절 관계로 축제는 오히려 늦춰져 축제가 시작되면서 꽃이 빛을 잃어가니 꽃구경 오시는 분들에게 미안하기 그지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계절 탓도 아니며 구절초 꽃탓은 더더구나 아닙니다. 자연의 섭리이니 그렇게 받아드림이 옳습니다.
그 누구라서 자연의 섭리를 거역할 수 있겠습니까?
구절초 꽃님들을 자랑하고 싶어 선전을 많이 했기에 찾아오신 분들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어서 변명으로 너스레를 떨어 미안을 조금 덜어보려 합니다..
이 아름다운 3만여 평의 비탈 산에 꽃을 피워 여러분께 바치기까지는 결코 쉽지 않은 일들이 많습니다.
이른 봄부터 초가을까지 구절초 꽃보살님들에게 쏟는 정신적 육체적 수고로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영평사 인근에 사시는 평균 연령 칠십의 노 보살님들이 하루도 쉬지 않고 가꾸어낸 것입니다.
삼복더위의 그 혹독한 폭염도 아랑곳하지 않고 웬만한 가랑비도 마다하지 않으시며 풀을 뽑고 구절초가 빠진 곳에는 모종을 하여 이루어낸 꽃동산이지요.
농촌태생인 산승인지라 벼 한 포기가 나락을 이루기까지 천지의 은혜는 차지하고라도 농부의 피땀과, 가뭄과 장마에 얼마나 많은 걱정을 치러야 되는지를 잘 압니다.
농부이신 부모님께서도 구절초 동산을 가꾸어 주시는 노 보살님들의 노고보다도 더한 노고로 7남매를 키우고 가르쳐 사회에 내어 놓으셨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니 부모님의 무거운 은혜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일 년에 일곱 번 이상 풀을 뽑고 3년마다 뿌리를 나누어 다시 심어주지 않으면 더 이상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지 않고 그늘과 습한 곳에서는 아예 삭아버리는 등 성미도 까다롭습니다.
장마철에는 구절초 보살님(보는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에 산승은 구절초 꽃을 보살님이라 부릅니다.)들이 고인 물에 잠겨있지 않은지를 살펴주어야 합니다.
구절초 특성은 가뭄을 오래 견디지도 못하지만 물 빠짐이 잘 안되면 금세 죽어버립니다.
또한 제 때에 다른 풀(산승은 세상에 잡초란 없다고 생각하여 다른 풀이라 하는데, 어째서 그러는가 하면 잔디정원에 콩이 나면 콩이 잡초가 되고 콩밭에 잔디가 나면 잔디가 잡초가 되기 때문이지요.)을 뽑아주지 않으면 다른 풀들이 덮어버려 구절초는 서서히 없어집니다.
풀은 또 어찌나 많은지 3월초부터 이름도 붙여지지 않은 풀들이 서로 경쟁하듯이 고개를 내미는데 오뉴월의 바랭이와 쇠뜨기풀은 뽑고 또 뽑아도 누가 이기는지 끝까지 해보자며 달려드는 방해꾼입니다.
특히 어려운 풀은 토사자(兎絲子)라는 덩굴식물인데 뿌리도 없는 것이 구절초를 칭칭 감아 남의 양분을 빨아 자기 생명을 유지하는 얌체족입니다.
이 얌체 기생식물에 감기게 되면 그 식물은 살아남지 못하는데 번식력 또한 가히 공포적이라 봄부터 가을까지 세심하게 살펴 감기 시작할 때 초기에 제거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게 됩니다.
일은 풀 뽑는 것만이 아닙니다.
구절초는 가뭄도 많이 타는 편이어서 한 달 가뭄도 견디기 힘들어 합니다.
금년 봄 가뭄은 석 달이나 계속되어 전기 펌프 10대를 대고 물을 뿌려주어도 감당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꽃보살님들을 보살피는데 연간 팔천만원에서 일 억 정도의 인건비가 들어가니 이 또한 감당하기 쉽지 않은 일이어서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분간이 안 되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구절초는 야생화이니 그냥 그대로 자라고 꽃을 피우는 줄로 알기에 구절초 농사 이야기를 하면 비로소 산승의 노고를 위로해주고 구절초 꽃을 더 귀하게 봅니다.
구절초 농사비용이 억대나 소요되고 축제비용 또한 억대의 예산을 써야 되니 물적 심적 부담이 이만저만이 어닌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사실을 아는 스님들이나 신도들은 도량 안에 조금만 가꾸고 축제는 그만두라고 권장하십니다.
더군다나 공장식구들은 꽃 가꾸는 철마다 인건비에 압박을 받게 되니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스님들도 신도들도 공장식구들도 손해나는 장사를 왜 하느냐고 산승을 다그치는 것입니다.
산승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동네 할머니들 용돈이 남지 않았느냐, 전국각지에서 찾아오시는 관람객들이 얻어가는 행복도 남는 것이고, 불자님들이 꽃구경 오신 김에 부처님께 절 한 번 더하시게 되는 것도 남는 것이요, 종교에 관계없이 이 도량을 밟은 모든 분들이 꽃구경하면서 듣게 되는 염불소리에 어느 땐가는 반드시 불교에 귀의하게 될 것이니 이것은 가장 남는 장사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이 장사는 엄청 많이 남는 장사다, 중이 기왕에 수익사업을 하려면 이 정도 남는 장사를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면 거룩하게 보는 눈치이기도 하고 멍청한 중이 아닌가하는 눈치가 보이기도 합니다.
남는 것은 또 있습니다.
15회까지는 18일간, 16회부터는 9일간의 긴 축제를 하는데 기간을 줄인 이유는 축제기간 내내 매일 60명 이상의 봉사손길이 필요한데 지금이야 여기저기 불자단체들이 찾아와 도와주지만 그때만 해도 영평불자들이 전적으로 감당하게 되니 주지로써 너무 미안하여 축소하게 된 것입니다.
미안함을 좀 면해보려고 봉사할 자리를 주었으니 이 중에게 고마운 값을 내라고 너스레도 떨어보는데 이제는 실제로 우리 영평불자님들도, 이웃 절 불자들도 봉사할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받습니다.
그러니 불자님들에게 봉사공덕이 남게 되니 많이 남는 장사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많은 불자님들이 국수 값을 보시하니 이 만발공양 공덕 또한 남는 장사임에 틀림없습니다.
남는 것은 또 있습니다.
남는 것을 헤아리다보니 참으로 많네요.
구절초 꽃차, 환, 진액, 조청을 생산하여 판매하는데 구절초는 자고로 몸이 냉한 사람에게 특효 약초인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몸의 냉을 치료하는데, 혹은 아기를 가지는데 구절초보다 더 좋은 약은 없습니다.
영평식품의 구절초 진액을 복용하고 아기를 가진 분들이 부지기수이니 국가에 충성하고 가문에 효도하게 하였으니 이것도 크게 남는 것입니다.
그리고 구절초 꽃 축제는 전국적인 축제로 정착되었고 세종시에서도 세종시 3대축제 가운데 하나로 꼽는 문화적 가치로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으니 이것도 크게 남는 장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신도님들께 큰 빚을 지고 있음 또한 무겁게 알고 있습니다.
보답하는 길은 더욱 열심히 수행하고 신도님들 모두 불보살님 가피 속4에 건강하시고 행복해지기를 축원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존경스러운 우리 영평사 신도님들 고맙고 고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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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게시글은 영평사 영평법보 제 298호(10월 20일자)에 수록된 주지스님 법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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